이병철 선생님 블로그

'전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12/21 외계인은 우리보다 정치적인가? (11)
  2. 2007/11/28 기억을 지우는 약 (프로프라놀롤) (1)
  3. 2007/11/27 내 사랑의 농도는 얼마인가? (6)

어느 SF 영화에서나 나오는 외계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간보다 신체의 크기에 비해 뇌가 크다는 것이다. 아마도 진화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인간과 하등 동물과의 차이가 몸 크기에 비해 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감안해 적용한 설정일 것이다.

 만약에 외계인이 인간보다 큰 뇌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기능들이 인간보다 더 발달되어 있을까?

 

인류학자이자 진화론자이며 유인원 연구 전문가인 Robin Dunbar 에 의하면 유인원과 인간을 비교했을 때 신피질 (진화론적으로 가장 발달된 뇌부위로 포유류에게서만 발견되며 언어, 사고, 운동을 담당함)의 크기는 그 종의 생활 단위 크기와 비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5마리씩 모여 사는 생쥐여우원숭이보다 10마리씩 모여 사는 거미원숭이가 신피질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에서 어느 종보다 크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은 어느 종보다 큰 신피질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머리 좋은 사람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 부위는 오히려 얼마나 넓은 지역을 생활권으로 하느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넓고 복잡한 런던 시내를 운전하는 택시 운전사들이 일반인들보다 해마 크기가 크다는 연구가 있었기도 하다. 어쨌든 이렇게 얼마나 복잡하고 큰 규모의 사회생활을 하느냐가 뇌 발달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보고는 세계 문명의 발생지가 왜 모두 강 하류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이전의 가설과도 연관성이 있다. 즉 강 하류는 비옥한 토지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식량을 제공 하는게 가능했고 해마다의 범람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 모아 대처해야만 하는 사회적 활동의 필요성이 동시에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머리를 쓴다라는 진정한 의미는 단어나 수식을 암기하는 것 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어가며 사는데 있지 않을까(사실 이게 더 어렵고 피곤하지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외계인이 우리보다 머리가 크다면 우리보다 더 복잡하고 큰 사회조직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영화에서는 한 두 마리 씩만 나타나니 물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한창 대선 전으로 나라와 미래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높은데 이는 상대적으로 지능이 높다는 우리 민족의 생물학적인 특성이 사회적으로 반영 된 게 아닐까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간이 긴밀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얼마일까? 밀접한 인간관계가 필수적인 군대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일대일의 관계유지가 가능하고 충성심에 의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의 숫자들을 찾아 내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들이 찾아낸 숫자는 150으로 이것이 로마에서부터 시작해 총이 주로 사용되기 전인 16세기까지 군대의 기본단위가 되었다. 고어텍스도 현재 상하 없는 팀장 단위로 공장을 운영하며 그 단위는 150명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수를 ‘Dunbar 수자라고 칭한다. 아울러 Dunbar는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략 42%의 시간이 사용된다고 추측하였다.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거기에 얼마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일까? 사람들과 전화하고 만나는 것을 시간낭비라 생각하지 말자. 어떻게 보면 그러한 일들은 우리 뇌의 자연스러운 생리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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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낙방, 사고 등의 기억들. 누구나 하나씩은 이런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어떤 경우에는 이런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성숙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황폐화 시켜버리기도 한다. 약으로 이런 기억들을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은 그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지만 그로 인한 고통과 번민에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약은 처음에 고혈압 약으로 개발이 되었다. 발명가인 James W. Black은 그 공로로 1988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정신과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질병이 있는데 교통사고, 전쟁, 강간 등 끔찍한 경험을 한 환자들이 사고로 난 육체적인 상처가 다 가라앉은 후에도 사고에 대한 악몽을 꾸고 그 장면을 잊지 못하고 그로 인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이스라엘의 의사 Shalev는 사고로 응급실에 온 사람들 중 심장이 빨리 뛰는 사람들에서 나중에 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해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는 효과가 있는 프로프라놀롤을 사고 24시간 이내에 복용하게 하니 나중에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적게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프로프라놀롤의 이러한 효과는 동물실험에서 프로프라놀롤이 불안을 관장하는 뇌구조물인 편도체(amygdala) 내에 시냅스(뇌신경 간의 연결 조직) 형성을 억제해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자체에 대한 기억은 있지만 사고와 관련되어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시냅스가 안 생긴다는 얘기다.

 어쩌면 사랑 고백을 하러 가는 사람들은 간첩들이 만일에 대비해 독약을 품고 다니듯 호주머니에 프로프라놀롤을 담아가 혹시나 고통스런 거절을 당하면 복용해볼 수도 있겠다. 24시간 이내에.

 

 프로프라놀롤은 또 하나의 다른 용도에도 사용되기도 한다. 면접을 앞둔 입사 지망생이나 공연을 앞둔 연주자 등에서 면접이나 공연 20-30분전에 복용하면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도 떨지 않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 불안에 대한 프로프라놀롤의 효과는 심박수를 줄여 가슴두근거림을 없애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작용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혹시나 면접이나 연주를 엉망으로 하고도 그 기억을 잊어버리게 하는 약의 효과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의 과학자들이 사랑의 정도를 생물학적으로 측정하

였다. 최근 사랑에 빠진 58명의 사람들과 독신자 그리고 오래된 연인 사

이인 사람들을 비교했을 때 최근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서 혈중 신경성장

인자(Nerve growth factor)의 농도가 훨씬 높았다. 신경성장인자는 신경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필수적인 단백질로 신경세포에 분비되며 Stanley

Cohen
Rita Levi-Montalcini는 이를 발견한 업적으로 1986년 노벨 의

학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이 실험에서 신경성장인자의 농도는 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고백의 죽을 만큼이 어느 정도의 순도인지를 측

정한다는 말이다.


사랑이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생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이런 실험은

어쩌면 비인간적이고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사랑의

집착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 사랑의 열

이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바

로 바로 켜졌다 꺼지는 현대 사회에서도 아직 사랑만은 마음대로 시작할

수도 마음대로 끝낼 수도 없는 기적이자 저주이다.


 
과학자들의 탐구는 이제 사랑의 농도에 까지 왔고 어쩌면 멀지 않은 미

래에 지금 알코올 중독환자에서 술에 대한 갈망을 없애는 약물같이 사랑

하는 사람에 대한 갈망을 없애는 약이 나올지도 모른다.



(참고)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이 실험에서 사랑의 정도 측정은 열정적 사랑 척

라는 15가지 항목의 질문지를 사용했다. 내용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     나는  _______ 가 나를 떠나면 깊은 절망을 느낄 것이다.

2.     가끔 나는 내 생각을 조절할 수 없는데 그 생각들은 강박적으로 _______에 대한 것이다.

3.     나는 내가 _______를 기쁘게 하기 위해 뭔가를 할 때 행복을 느낀다.

4.     나는 다른 사람들과 있느니 차라리 _______와 함께 있겠다.

5.     나는 _______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생각을 하면 질투심이 생긴다.

6.     나는 _______의 모든 것에 대해 간절히 알고 싶다.

7.     나는 ____를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원한다.

8.  나는 _______의 애정에 대해 한없는 갈망을 가지고 있다.

 9.     나에게 _______는 완벽하게 낭만적인 상대이다.

10.   나는 _______가 나를 만질 때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을 느낀다.

 11.    _______는 항상 내 마음 속에 있다.

12.    나는 _______가 내 생각, 두려움 그리고 내 희망에 대해 알아주기 바란다.

13. 나는 _______가 나를 원한다는 증거를 간절히 찾는다.

14.   나는 _______를 위한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15. 나는 _______와의 관계가 잘 되지 않을 때 심하게 우울해진다.

 

각 항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1, ‘틀림없는 사실이다 9점을 줘

1-9
점 사이의 점수를 체크하게 하고 이들 점수를 모두 더해 106점 이상을
매우 열정적인’,  86점 이상을 열정적인’, 66점 이상을 평균으로 구분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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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선생님 블로그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전문진료분야 :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정신분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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